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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상인
보부상이 사는 법

보부상은 길 위의 상인들이다. 그들은 목화 솜뭉치가 달린 패랭이를 쓰고 용무늬 자부심 새긴 물미장을 짚으며 장시를 돌아다녔다. 국토 지리에 밝아 산천과 나루, 고개를 손바닥 보듯 했다. 등짐과 봇짐에 가족의 생계와 상인의 의리를 고이 담아 팔도를 누볐다.

조선 팔도에는 이름난 명품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상품들이 전국의 크고 작은 장시(場市)에 쏟아져 나와 객주·여각의 창고에 들어가면, 경상(京商)·송상(松商) 등 사상도고(私商都賈; 조선 후기 개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상인)와 서울 시전 상인들이 차인(差人)들을 보내 매집했다. 그들은 국내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어디로 보내면 잘 팔리고, 어떻게 하면 이윤이 커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조선 팔도를 손바닥 보듯 다니다

“한양에선 계림팔도(전국)의 토산을 알아주는 게 따로 있다네. 한산의 세모시, 남양의 생굴, 서산의 어리굴젓, 연평의 조기, 나주의 소반, 담양의 죽물(대나무로 만든 물건), 영광의 굴비, 안동의 세포(가늘고 곱게 짠 베), 금산의 곡삼(꼬부려 말린 인삼), 풍기의 건시(곶감), 통영의 갓이지. 울진은 장곽(넓고 길쭉한 미역)이요, 울릉도는 오징어지. 광양과 하동의 김을 치고, 금강산 산채는 알아주지. 함경도 명태, 봉산은 참배, 황주의 능금, 안성의 유기(놋그릇), 개성은 인삼, 강화의 화문석(꽃돗자리), 배천의 참기름도 좋고, 강원도 꿀이라면 환장들을 한다네. 길주·명천은 세마포(가늘고 곱게 짠 삼베)로 유명하지. 안주의 항라(견직물) 나 강계의 산삼 같은 토산들을 서울로 가져가면 어느 객주에 맡기거나 길미(이윤) 얻기 수월하고 거간들도 서로 잡으려 해서 천세가 나는(날개 돋친듯 팔리는) 판국일세.”

김주영 장편소설 객주에 나타나는 19세기 후반 조선의 상거래 모습이다. 소설은 이런 거상들의 틈바구니에서 안간힘을 쓰며 생업을 일구는 보부상의 삶을 생생하고 활기차게 그려냈다.

보부상(褓負商)은 보상(褓商; 봇짐장수)과 부상(負商; 등짐장수)을 합친 말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판다고 도부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등짐장수는 주로 포목, 그릇 등 생활용품을 거래했는데 고대부터 전국의 산길과 들길을 누비며 활약했다.

봇짐장수는 조선 후기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화장품, 패물 등 부피가 작고 값비싼 상품들을 취급했다. 보부상은 국토 지리에 밝아 산천과 나루, 고개를 손바닥 보듯 했다. 소금, 바늘 같은 생필품을 산간벽지까지 들여 주고 약재나 가죽 등의 토산품을 갖고 나와 장시로 향했다.

거상에 맞서 조직을 꾸려 힘을 모으다

보부상은 17세기 이후 견고한 조직을 이뤘다. 자금력을 갖추고 권력의 비호를 받는 거상들에 맞서 힘없는 도부꾼들이 살아남으려면 조직력이 필수였다. 보부상 조직의 본부는 ‘임방(任房)’이라 불렀다. 개성에 총본부인 착임방을, 용인에는 부본부 차임방을 뒀다. 실질적인 업무는 각 도와 군에 둔 도임방과 군임방이 맡았다. 임원으로는 도반수,...기사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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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574호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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