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도 사기 힘든 ‘신상’
1시간 단위로 빌려 쓴다

‘취향 가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소비자 니즈가 세분화되고 제품도 다양화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고객들이 그 트렌드를 모두 따라가기란 힘들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은 새로운 접근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그 대안 중 하나로 개인 간 렌탈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빌리(beelee)의 공동 창업자인 김수린 이사는 사진작가 출신이다. BTS 앨범 재킷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을 만큼 업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작가다. 잘 나가는 작가에게도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바로 장비 문제였다. 워낙 트렌드 변화가 빠른 분야여서 사진 장비도 늘 새로운 것을 장만해야 했기 때문에 장비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김 이사는 “사진을 많이 찍어도 새로운 장비를 사다보면 돈이다 들어갔다.”며 푸념했다. 게다가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해도 한두 번 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도 많았다. 이런 장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또 빌려 쓰면 좋지 않을까. 그런 경험에서 개인 간 렌탈 서비스의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남에게도 필요 없다
‘빌리’는 P2P(Peer to Peer ; 개인 대 개인) 렌탈 서비스다. 개인이 갖고 있는 물건을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대여를 신청, 원하는 기간 동안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이미 개인 간 중고 거래가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는 크게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거래가 아니라 대여라는 점. 최소 1시간 단위까지 쪼개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꼭 필요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위치 정보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원하는 장소에서 제품을 픽업할 수 있으며 향후 택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개인 간 거래를 표방하고 있지만 빌리는 중고 거래 시장처럼 ‘만물잡화상’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중고 시장 콘셉트가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할수도 있다’는 것이라면 빌리의 콘셉트는 ‘나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먼지 더미 속에서 안 쓰고 처박아두었던 물건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인기 있는 최신 제품들을 꼭 필요할 때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빌리에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기어(gear)’라고 불리는 장비 시장이다. 현재 카메라·촬영장비, 게임, 사운드, 홈테크·DIY, 아웃도어, 컴퓨터&스마트 기어 등 6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는데 촬영 장비는 물론 목공용 장비 등 전문적인 장비도 많이 올라와 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VR 등 게임기기 중 일부 모델은 돈 주고도 쉽게 못 구하는 제품이라서 인기가 높다.

서비스 초기라 지표 상품 성격으로 주요 카테고리별 인기 상품을 올려두고 가격대도 설정해뒀다. 앞으로 거래 품목 수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쌓이면 AI를 이용한 스마트 프라...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