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슈퍼마켓의 단점 보완
업스케일 전략으로 재도약 모색

130년 역사의 애크미마켓은 과거 대규모 매장과 방대한 상품구색을 무기로 출점을 확대해왔지만, 인수합병을 통한 세력 확장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사 고유의 특징과 업스케일 매장의 강점을 합쳐 하이엔드 슈퍼마켓의 정체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130년 역사의 미국 슈퍼마켓 애크미마켓(ACME Market)은 현재 16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점포당 평균 면적은 5,100㎡으로, 2019년 기준 16억 달러(한화 약 1조 8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FMI(미국식품마케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슈퍼마켓의 점포당 연간 평균 매출은 1,800만 달러, 평균 면적은 3,800㎡이다. 즉 애크미마켓은 미국 전체 슈퍼마켓 평균보다 매장은 25% 더 넓은 데 반해, 매출은 54%나 적어 점포 효율이 낮은 편이다.

높은 가격 대비 상품 차별화 실패
애크미마켓은 1891년 사우스 필라델피아에 첫 매장을 열었으며, 오랜 시간 펜실베니아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의 중심부를 뜻하는 ‘델라웨어 밸리’를 대표하는 슈퍼마켓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매장을 출점한 필라델피아 내 점유율 1위, 전체 슈퍼마켓 시장의 34%를 차지했던 화려한 시절도 있었다. 당시에는 ‘아메리칸 스토어(American Stores)’라는 상호로 미국 전역에 1천여 개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애크미마켓은 1917년부터 합병을 거치며 동부지역에서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까지 45년 가까이 매장을 확장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지역의 약국체인과 주류 판매점, 파산한 소매업체 등을 인수하며 영역을 확대해갔다. 이후에도 여러 유통업체와 인수, 합병을 거치며 뉴욕, 뉴올리언즈, 캘리포니아까지 진출해 매장을 1천여 개로 확대, 상권을 넓혀갔다. 그러나 1979년 뉴욕주와 펜실베니아 북동부 매장들이 매각되고, 이어 알버트슨과 미국 최대 도소매 기업 슈퍼밸류(SuperValu)에 분리 매각됐다가, 2013년 현재의 모기업 알버트슨에 다시 인수
됐다.
1936년에 이미 셀프 계산대를 도입할 만큼 앞서 나갔던 애크미마켓은 과거의 영광에 빠져 영업을 하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스스로 변화할 기회를 놓쳤고 새로운 업태나 서비스를 선택할 계기도 마련하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내 점유율 1위 기업이었던 애크미마켓은 2011년 동북부 지역의 강자인 숍라이트(ShopRite)와 어홀드델하이즈(AholdDelhaize)의 자이언트 푸드스토어(Giant Food Store)에 1, 2위를 내주고 점유율 3위로 내려온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몇 차례의 인수와 합병으로 자사만의 경쟁력을 잃으면서 매출이 줄었다. 게다가 백인 중산층을 대상하는 슈퍼마켓을 지향하다 보니 상품이 특색 없는 데 반해 가격은 비싸 소비자들이 찾지 않게 됐다.
또한 1990년대 이후 디스카운트스토어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슈퍼센터, 프레시포맷 스토어 등 많은 업태들이 생겼지만, 애크미마켓은 중산층을 주고객으로 하는...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