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에 빠진 편의점
직장인 점심 메뉴를 바꾸다


카페, 빵집과 경쟁하며 기존 사업 영역을 파괴해 온 편의점이 이번에는 도시락 시장 점령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 말 선보인 도시락카페는 도시락 전문점 못지않은 화려한 구색을 갖추고, 넓은 취식공간까지 제공하고 있어 푸드 중심의 새로운 편의점 모델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몇 년 전부터 편의점 패스트푸드 매대에서 골든존을 꿰찬 도시락은 편의점 먹을거리의 제왕 자리를 넘보며 가파른 성장률을 보여왔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더라도 먹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을 유동고객이 잠시 들르는 곳이 아니라 ‘도시락과 수다를 즐기며 머물다가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서울 도심 오피스가에 도시락카페를 선보였다.
도시인들의 ‘즐거운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편의점에서 나홀로 밥 먹는 문화에 익숙치 않은 고객까지 끌어들인 도시락카페는 기존점보다 두 배 높은 매출 실적을 보이며 인근 오피스 상권을 평정해가고 있다.






담배보다 잘 나가는 도시락, 프리미엄 메뉴 인기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 1호점 KT강남점은 도심 속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도시락 등 간편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시樂(락)’ 편의점을 추구한다. 매장 방문객들은 1층에서 도시락과 디저트를 구입한 뒤 내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카페처럼 꾸민 휴식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KT강남점은 서울 강남구 신라스테이 역삼 뒤편에 복층으로 된 통유리 단독 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직영점으로 운영된다. 1층과 2층을 합친 매장면적은 265㎡로, 세븐일레븐 기존점보다 4배 정도 규모가 크다. 세븐일레븐은 국내 편의점 평균 면적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 앞으로 넓은 공간을 갖춘 편의점을 더욱 늘려갈 예정이다.
3천여SKU를 취급하고 있는 KT강남점은 담배 매출에 의존하는 기존 편의점과 달리 차별화된 먹을거리로 인근 직장인 등 타깃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품목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봐도 일반 점포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기존 편의점 경우 담배 매출(38.2%)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KT강남점은 지난달 기준으로 도시락 등 즉석식품 매출이 전체의 16.4%를 차지, 담배(13.1%)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층 매장 앞 중앙 자리에 총 20종에 달하는 도시락을 상시 진열, 대중적인 메뉴부터 프리미엄 상품까지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결과 주요 고객의 도시락 구매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격대별 판매 비중으로 볼 때 편의점 도시락은 3천 원 이하의 저가 상품 구성비가 45% 수준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KT강남점 경우 5천 원 이상의 프리미엄 도시락 매출 비중이 23.1%를 차지해 기존 편의점보다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객 1인당 도시락 구매금액이 높아지면서, KT강남점의 일평균 객단가는 일반 점포보다 2천 원 이상...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