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파 슈퍼마켓, 인기몰이 중

많은 소매기업들이 침체된 소비에 불을 지피기 위해 단기적인 염가판매 전략에 수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가격’이 아닌 ‘개성 추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진열과 압도적인 상품구색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점포를 소개한다.

슈퍼마켓에서조차 가격 흥정을 하거나 포인트 적립률까지 꼼꼼히 따져 쇼핑하는 간사이 지역 소비자들. 일본에서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 소비자들이 그 어느 지역보다 가격에 민감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 유통업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격이 ‘최상의 무기’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곳 유통업계에서 염가전략이 아닌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슈퍼마켓들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카레만 350가지 종류 취급


푸드마켓 키타노에스, 에스신센칸 등을 운영하는 에스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원한다면 해당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한 카테고리 내 진열 상품 수가 100품목을 넘는 경우도 흔하다.
많은 업체들이 비인기상품을 최대한 줄이고 주력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에스는 압도적인 상품구색이 오히려 무기다. 최근 들어 기존점 매출이 모두 전년 실적을 상회하며, 이 기업의 폭넓은 상품구색이 많은 고객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토역 지하에 문을 연 키타노에스 쿄토점.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열대를 빼곡히 채운 상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 구석에 놓인 카레 진열대에는 아카시문어 카레, 쿄토대학 총장 카레(글자 그대로 쿄토대학 총장이 감수한 카레) 등 전국에서 발굴한 350여 종류의 이색 카레가 진열돼 있었다. 카레 진열대 앞은 5분 이상 다양한 카레를 일일이 비교해 보고 있는 커플 고객, 단골로 보이는 노부부 등으로 북적였다. 카레뿐 아니라 폰즈(식초류)나 미소(된장) 역시 100종류가 넘는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서너 개의 카레를 손에 들고 살펴보던 한 주부가 지나가는 직원을 불러 세웠다. 그 직원의 명찰에는 ‘컨시어지(concierge)’라고 적혀 있었다. 에스는 소비자들의 선택 편의를 돕기 위해 뛰어난 상품 지식으로 무장한 컨시어지라고 불리는 전문 판매원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350여 개의 카레별 특징, 미소별 원산지 차이, 요리별 폰즈 사용법 등 고객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에스의 또 다른 특징은 상품구색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을 본부 바이어가 아닌 점장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 상품부 다카하시 상무는 “해당 점포의 고객니즈는 현지에서 근무하는 점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본부는 점포가 요청하는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본부 바이어와 점장과의 머리싸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이들간 불꽃 튀는 설전은 월1회 개최되는 가상 시장에서는 흔한 일이다. 바이어들이 전국에서 발굴한 800여 종류의 상품을 점장들 앞에 선보이면 ...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