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보다 더 주부 마음 잘 아는 남자


주방 가전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장동기 MD는 자신이 기획한
상품이 방송될 때면 스튜디오 한 쪽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주문 전광판을 지켜봐야 한다. 주부들이 대상인 주방 가전제품은 주로 저녁시간대에 전파를 타기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는 편. 그 대신 주말은 주방가전 MD답게 오븐기 앞에서 가족을 위한 요리를 하는 시간이다.


직화구이 오븐, 다이아몬드팬, 가마솥 중탕기, 식품건조기 등 전국의 주부들을 열광시킨 대박 주방용품들은 모두 안방의 텔레비전에서 탄생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상품들에 파묻혀 그대로 잊혀질 수도 있던 이들 중소업체 제품들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빛을 본 것은 원석의 가치를 알아본 홈쇼핑 MD들의 혜안 덕분이다.
“주어진 매장 환경에 맞춰 상품을 소싱해야 하는 오프라인 MD들에 비해 홈쇼핑 MD들은 상품 영역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MD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죠.”
현대홈쇼핑에서 주방가전을 담당하고 있는 장동기 MD는 홈쇼핑 MD들이야말로 진정한 MD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방가전의 전당
2005년까지 현대백화점 식품 MD로 일했던 장동기 MD는 2006년부터 현대홈쇼핑에서 주방 가전제품을 기획하고 있다. 주방 가전제품이란 전기밥솥, 믹서기, 중탕기처럼 전기를 이용한 주방용품을 이르는데,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하기 어려운 부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홈쇼핑은 직화구이 오븐기나 가마솥 중탕기 같은 굵직한 히트상품을 터트리며 주방가전 부문에서 4년 연속 동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6년 론칭해 현재까지 1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오쿠의 가마솥 중탕기는 장동기 MD가 뽑는 최고의 히트상품. 주방 가전제품 경우 40~50대 주부들이 주 타깃인데, 이들은 전기밥솥 외에는 주방 가전제품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당시 중탕기는 한약 약탕기로만 사용됐는데 100~2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제품들이 대부분. 보다 저렴한 비용의 중탕기를 발굴하던 중 전기압력을 이용한 오쿠의 가마솥 중탕기를 만나게 됐다. 마침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뜨고 있던 참이라 비싼 홍삼액을 저렴하게 음용할 수 있고, 양파즙, 찜, 죽 등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아 중탕기의 세대교체를 예감했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이용한 고객들이 주변인들에게 권해주면서 무서운 속도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구전효과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죠.”
한 해 250억 원이라는 가마솥 중탕기의 매출은 주방 가전제품의 일인자격인 전기밥솥과 맞먹는 규모다.
2008년 방송을 시작한 현대소이믹은 이중 필터 기능에, 원하는 만큼 즙을 따를 수 있도록 밸브가 장착돼 있고, 맷돌 원리로 두부까지 만들 수 있는 다기능 믹서기. 이 제품은 다른 홈쇼핑 업체들에게 외면당했지만 장동기 MD를 만나 히트상품으로 역전에 성공한 경우다.
“만약 이 제품이 일반 매장에 진열돼 있었다면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홈쇼핑은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 이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이죠. 정적...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