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은 포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유독 상품 포장에 관심이 많은 이진수 바이어는 포장 하나로 고객들의 잠재된 니즈를 건드릴 줄 아는 MD다. 길지 않은 바이어 경력 속에서도 적지 않은 히트상품을 선보인 이진수 바이어를 만나 패키지 개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서울의 한낮 최고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던 지난달 15일은 하루 종일 칼바람이 매서운 날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생식품팀 이진수 바이어는 그날 새벽도 어김없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매장에 들어올 상품들을 검품한 뒤 사무실 한쪽에서 쪽잠을 자고 나왔다.
“오늘 새벽은 정말 추웠습니다.”
하지만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이진수 바이어는 흥분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분주하게 딸기 매대를 챙겼다. 이진수 바이어가 야심차게 선보인 딸기 2단팩 상품이 매장에 진열된 지 만 하루가 된 날이기 때문이다.

상품 패키지가 차별화 포인트
유통업체 MD들은 이색적인 상품이나 프로모션, 그리고 패키지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이진수 바이어는 1년 정도 농심 포장사업개발팀에서 일한 경력 때문인지 독창적인 상품 패키지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어차피 상품은 최상급이므로, 리브랜딩과 리패키징으로 현대백화점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포장산업은 아직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특히 과일은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흥미진진합니다.”
올해로 바이어 4년차를 맞은 이진수 바이어는 아직 팀에서 막내이지만 선도유지띠지, PP소재 안전팩, 잡곡 페트병, 석류 씨 제거기, 다크자몽 등 다수의 히트상품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상품 하나하나의 선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선도유지띠지는 바이어 생활을 시작한 첫 해에 내놓은 작품으로, 명품 선물세트에만 도입한 첫 해 매출이 40% 증가해 이듬해에는 선물세트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선도유지띠지는 배나 사과의 꼭지 부분에 식물 노화 촉진 호르몬인 에틸렌 가스 흡수제를 부착한 띠지로, 냉장고 보관시 30% 이상 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이는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박현진 교수가 개발한 포장법으로, 현대백화점에서 2년간 독점 사용하기로 계약했다.
“백화점에서 과일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고객은 보다 특별한 관리를 원합니다. 기존 선도유지제는 포장박스 안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므로 선물을 받은 분들이 냉장고에 과일만 보관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그래서 개별 선도유지띠지를 부착한 선물세트를 개발해 선물하는 고객의 세심한 배려까지 담으려 했던 점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현재 선도유지띠지는 복제품을 사용하다 적발돼 제지를 당할 정도로 경쟁사에서도 탐내는 아이디어다.

후속 제품으로 연타 성공
이진수 바이어는 첫 작품이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겨 후속 상품들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주로 유통업체 매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이진수 바이어는 과일 매대뿐 아니라 과일과는 관련 없을 것 같은 공산품 매대도 꼼꼼히 살펴본다.
“공산품 매대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왜 이렇게 포장했...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