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션

 도서명  이모션
 출간일  2012년 8월 22일
 출판사  흐름출판
 지은이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옮긴이  배진아
 페이지  300쪽
 가격     1만 5천 원

가격이 1유로인 먹는샘물을 두고 90유로나 하는 먹는샘물을 사 마시는 소비자 심리는 무엇일까. 두 제품의 맛과 품질은 비슷한데 왜 소비자는 90배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므로 ‘감정 강화 마케팅’을 전개하면 그들의 지갑을 더 효과적으로 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정 강화 마케팅의 핵심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면, 90유로짜리 비누를 팔 때, ‘최신 나노 기술이 적용된 비누가 피부 깊은 곳까지 세정한다’는 설명은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납득할 만한 요소가 된다. 또 다른 사례로 니베아 남성용 악취 방지제를 들 수 있는데, 이 제품은 악취 제거뿐 아니라 피부 보호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부가적 기능을 소구해 소비자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한편, 에스티로더의 '라메르 크림'은 상품에 '이야기(story)'를 담아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 사례다. 이 크림은 한 물리학자가 개발한 것인데, 그는 로켓 연료 개발을 하던 중 실험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쳤고, 손상된 피부 조직을 회복하기 위해 크림 연구에 나섰다. 그러던 중 그는 특별한 효능이 있는 해초류를 심해의 소리에 장시간 노출하면 효능이 배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라메르 크림에 적용시켰다. 이러한 상품의 스토리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감정적 강화는 오감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 카페에서 홀수 날짜만을 골라 고객에게 계산서를 건넬 때 자연스럽게 팔이나 어깨를 건드렸더니 홀수 날 매출이 짝수 날보다 20% 향상됐다. 이는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 무의식적으로 소비자와 친밀감을 형성했다는 증거다.

고객에게 보상받는 느낌을 주는 것도 감정 강화 마케팅 일환이다. 아리엘 세제 경우 용기 디자인을 리뉴얼하면서 기존 ‘20회 사용 분량’ 표기를 ‘18회분+2회분 증정’으로 바꿔 양은 유지하면서도 고객들이 보상받는다는 느낌을 줬다. 또한 매장 계산대에 늘어선 고객들이 계산을 기다리며 지루해 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 서점은 계산대 뒤쪽에 대형 수족관을 설치했고, 그러자 고객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는 사그라졌다. 

이 책은 소비자를 인구통계학적 분류가 아닌, 감성적 취향에 따라 실행가, 개방주의자, 규율숭배자 등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실제로 은행에서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DM을 발송할 때, 감성적 취향 분류에 따라 차별화된 내용을 담아 보냈더니 공통된 내용을 발송했을 때보다 응답비율이 30%나 높았다. 실행가에게는 포트폴리오 보완이라는 전략적 측면을 강조하고 개방주의자에게는 어느 때든 저축한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을, 규율숭배자에게는 고도의 안전성과 노후의 아늑함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아 보낸 것이다.

이 책은 기존 감성마케팅을 다룬 책들과 달리 뇌 과학의 측면에서 소비자의 심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실제 사례들을 다수 게재해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현업 마케터들에게 친절한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