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규제,초가삼간 태우며 빈대 잡는 꼴 되어서야

“소비자는 불쌍하다고 결코 물건을 사주지 않습니다.” 일본 유명 소매업체 이토요카도 국제 부장 유니코 호시노의 말입니다. 그는 일본도 한때 대점법으로 대형점을 규제했지만 결국 규제로는 중소 유통을 살릴 수 없었던 경험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고 합니다. 결국 결정권은 소비자가 쥐고 있고, 소비자 마음을 얻는 소매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규제하고 있지만 소비자 발길은 정치권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정치권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 재래시장의 상태로는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릴 만한 가치와 매력이 없다는 것을 말이죠. 소비자는 말합니다. 원산지 표시도 잘 지켜지지 않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고, 주차장도 없는데 단지 가격 좀 싸다는 이유로 재래시장을 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죠.

일본 얘기를 좀 더 하겠습니다. 지금 일본은 일부 지역에 위치한 GMS(대형마트) 점포들이 철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한마디로 ROI(투자 수익률)가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반면 해당 지자체들은 GMS의 탈출을 극구 만류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지역을 빠져나가면 상권이 무너지고 지역 경제가 심한 타격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보다 유통에서 몇 십 년 앞섰다는 일본의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가고 있습니다. 경제침체, 인구 고령화, 대중소 갈등 상황 등.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답습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규제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농민들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재래시장상인들보다 더 처절했습니다. 귀농해 용인에서 부추와 상추를 재배한다는 한 여성 농민은 요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강제 휴무로 애지중지 키운 부추를 예초기로 베어 버리고,상추도 잎을 따서 버린다고 하더군요. 매일 수확해서 출하해야 하는데 물량을 소비할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바이어들은 선도 저하와 폐기를 우려해 발주량을 줄이고, 도매시장은 물량이 넘치니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외, 수박 등 과일 산지 농가도 같은 애로를 토해냈습니다. 8월이면 방학으로 학교 급식물량도 줄고, 이어 9월이면 수확기가 되어 물량은 더 넘칠 텐데, 벌써 가격 폭락 조짐에 한숨을 짓습니다. 농민뿐이겠습니까.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세탁소, 미장원 등 영세 임대업자, 그리고 중소 제조업체 이 모두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로 인한 피해자들입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란 고사성어는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말입니다.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도 있죠. 규제는 신중해야 하고, 재래시장을 살리는 것은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는 방법이 되겠죠. 이건 규제가 아닌 시설개선 같은 하드웨어와 마케...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