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없어지는 상품들⋯ 유통업체 골머리


최근 일본 유통 매장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슬쩍 훔쳐가는 행위가 늘고 있다. 10대들의 충동적인 행동으로 여겼던 이런 악행이 이제는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과 스트레스 해소 창구를 찾는 30~40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효고현에 있는 이온 매장에서 국토교통성 소속 공무원이 술 한 병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가발과 치마로 여장까지 하고 범죄를 저지른 이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벌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년 11월 6일 오후 8시경 미에현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에코백을 어깨에 멘 60대 남자가 매장을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점포를 나가려는 찰나 경비원에게 붙잡힌 이 남자의 가방 속에는 맥주 한 병과 주먹밥 등 총 344엔어치의 계산하지 않은 상품이 들어 있었다. 직업이 없는 60대 후반의 이 남성은 ‘생활이 어려워 돈을 내는 게 아까웠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위해’ 훔치는 노인들
쇼핑을 하면서 물건을 훔치는 것을 일본에서는 ‘만비키(万引き)’라고 부른다. 흔히 만비키는 10대들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청소년 범죄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60대 이상 고령자들 사이에서도 만비키가 급증하는 등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 경찰청 조사에 의하면 2010년 만비키로 적발된 사람은 총 10만 4,8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년대비 1.2% 증가한 2만 7,3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20년 연속 전년치를 상회하는 숫자다. 고령자가 만비키를 저지르는 주된 원인은 ‘경제난’과 ‘고독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슈퍼마켓 에이스원 코지에키마에점 출입문에는 ‘만비키 발견 즉시 모두 경찰에 통보합니다’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어떤 만비키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해 범죄 의지를 사전에 꺾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 만비키는 줄지 않고 있다. 이 점포 점장인 이리후네 다카시 씨는 “경제적 이유로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식품을 훔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숨을 쉰다. 그 중에는 적발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경찰에 신세를 지면 먹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며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고령자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경찰청이 발표한 ‘만비키에 관한 조사연구 보고서’는 ‘생활에 곤란을 겪는 고령자가 경제적 불안을 느껴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식품을 훔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교사나 공무원 등 경제난과는 거리가 먼 계층들까지 만비키에 손을 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이나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이 같은 불법 행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판매 목적의 악질적 수법 늘어
줄지 않는 만비키로 인해 소매업체들의 고민도 크다.
도쿄 도시마구에 있는 한 편의점은 늘어나는 만비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인근에 있는 고등학교...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