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누가 약자입니까

제 주위에 이런 분이 있습니다. 2년 전 남편을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으로 잃고, 대학생 아들과 고2 딸과 함께 어렵사리 전세살이를 하는 40대 후반 여성입니다. 이른바 모자가정(母子家庭)인 것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아는 분의 소개로 옷 수선 가내수공업을 하는 곳에서 일했습니다. 많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그나마 가정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도 지난 연말까지였습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곳 저곳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기에 제가 아는 유통업체 판촉사원 업체에 부탁을 했습니다. 아직 자리가 나지 않았지만 먼저 면접을 보고 자리가 나면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동 주민센터 보조자리가 생겨 지금은 그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어디 제 주위뿐이겠습니까. 우리 주위에 허다할 것입니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미성년 자녀를 둔 가구 수는 전국적으로 159만 4,138가구에 달합니다. 아마 현시점으로 보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이런 가정 가운데 많은 가구들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고, 미취업률도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요즘 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잠깐 잠깐 파트타이머 자리라도 구해 옮겨 다니긴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정말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지난 연말 국회는 대형마트와 SSM에 월 1~2회 휴무를 강제하고,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주시의회는 매월 2, 4주 일요일을 강제 휴무하는 지방 조례를 가장 먼저 통과시켰습니다. 비단 전주뿐만 아니라 앞으로 각 지자체는 최대한 규제를 도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미 각 정당들은 4.11총선과 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런 포퓰리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생계형 가정들입니다. 이들은 장사할 점포라도 가진 소상공인들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들에게는 대형마트의 일자리도 큰 위안이었습니다. 계산대를 비롯 시식대, 신상품 판촉 매대, 주차장 등에서 열심히 일하며 가정을 꾸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직장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점포가 쉬는 시간, 쉬는 날수가 많아지면 결국 이들 일자리도 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형마트 경우에는 점포당 약 500~6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자체에서 문 닫는 시간과 일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전국에서 최대 약 6,500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고도 중소상인만 약자라고 규제를 밀어붙여야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도 고민이 생겼습니다. 당장 제가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도 막막하거니와 주말이면 아이들 데리고 들르던 대형마트도 못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3월부터 학교도 주5일 수업에 들어간다니 더더...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