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이 아니라 곱이 돼야
인수합병의 과실 수확

인수합병은 규모 확대를 통한 바잉파워 강화나 상권 확대, 시간이나 우수한 인재·노하우 획득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시행된다. 그러나 성장과 팽창은 다르다. 그만큼 인수합병은 어렵다. 복잡하며 빈번한 합종연횡으로 시장을 재편해온 일본 사례를 통해 인수합병의 과제를 알아본다.

일본 유통업계에서는 약 10년마다 업계 재편이 일어났다. 일본 슈퍼마켓 및 종합슈퍼 성장기에는 내셔널 체인을 목적으로 한 인수합병이 성행했다. 다이에의 동일본 진출이나 3사 합병에 의한 쟈스코의 탄생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초반에는 부동산 회사인 슈와가 중견 슈퍼마켓의 합종연횡을 추진해 GMS 나가사키야, 슈퍼마켓 이나게야 등의 주식을 취득하는 등 적대적 인수를 단행했다.

백화점 재편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2007년에는 다이마루와 마츠자카야가 경영합병을 하고 J프론트리테일링을 탄생시켰다. 2008년 4월에는 미츠코시와 이세탄이 경영합병을 했다. 그리고 2020년 전후로 돈키호테가 유니를 인수하고 후지가 이온그룹에 편입됐으며, 막스밸류서일본과 경영합병을 단행했다. 드럭스토어인 코코칼라파인을 둘러싼 스기홀딩스와 마츠모토키요시홀딩스 사이의 쟁탈전과 홈센터인 시마추를 둘러싼 DCM홀딩스와 니토리홀딩스, 그리고 간사이슈퍼마켓에 대한 H2O와 오케이의 인수전이 이어졌다.

위 시기에는 버블경제 붕괴에 의한 소비구조 변화나 신흥세력에 의해 주역 교체가 일어났다. 현재는 이러한 요인에 추가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인한 온라인 유통 활성화, 소비시장 축소, 코로나19 같은 환경변화가 새로운 재편을 야기하고 있다. 기업 규모를 확대하면 유통업체는 제조업체와의 교섭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점포망을 확대해 세력 범위가 넓어지고 매입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인수합병은 상대방의 사업이나 부동산뿐 아니라 이제껏 축적해온 시간과 인재까지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규모의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규모를 활용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단순한 팽창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 몸집을 불린 다이에가 이온그룹에 편입된 것이다. 반대로 이온은 본업 이외 다방면으로 손을 뻗은 다이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소매업과 관련된 영역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이온조차 인수합병의 과실을 제대로 손에 넣지 못했다.

따라서 효과를 거두려면 인수합병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형 인수합병의 본질과 일본형 인수합병을 비교해보겠다. 그리고 빅스토어, 슈퍼드럭, 백화점, 홈센터 등 업태별 인수합병의 특징을 살펴보며 체인스토어 중 슈퍼마켓 체인은 인수합병을 통해 무엇을 노려야 하는지, 그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조직을 바꾸는 것이 좋은지 제언한다.

미일 간 인수합병 차이는 무엇인가

인수합병만큼 미일 간 차이가 큰 것은 없다. 미국 경우 인수합병은 간단하다. A사가 B사의 주식을 51% 이상 취득하고 A사가 모든 의사 결정권을 독점하는 것 그 이외는 없다. B사는 사실상 사라지고 A사에 흡수...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