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자라는 흥미 만발

농장형 뷰티 매장

스킨푸드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선보인 ‘컨셉스토어 도산’은 푸드코스메틱이라는 자사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공간이다. 특히 스킨푸드의 첫 비건라인이자 주력 브랜드인 ‘캐롯카로틴’을 콘셉트로, 매장 1층에 당근 텃밭을 조성하고 당근이 제품화되는 공정을 표현해 방문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간판이 크지 않아 자칫 지나치기 쉬운 스킨푸드 컨셉스토어 도산(이하 도산)은 대신 매장 입구에 거대한 허수아비를 세워 지나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설치물의 공식 명칭은 ‘파머’인데 식품의 해로움을 막아주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한다. 형형색색 털실 옷에 로봇의 얼굴을 하고 있어 방문객들마다 신기하게 여기며 사진을 찍기 바쁘다. 이렇게 도산은 입구부터 화장품전문점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운 브랜드 체험 공간이 됐다.

브랜드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컨템포러리 팜(contemporary farm)’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진 1층에는 진열대가 없다. 대신 텃밭이 가꿔져 있고 트랙터 실물도 놓여 있다. 텃밭에서는 실제 당근이 자라고 있는데 이는 도산이 스킨푸드의 첫 비건라인인 ‘캐롯카로틴’을 콘셉트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리뉴얼 오픈한 신촌점에도 당근 텃밭이 조성돼 있는데 도산은 이러한 콘셉트를 보다 확장한 매장이라 할 수 있다. 콘셉트는 주력 브랜드 변동에 따라 향후 변경될 수 있다.

텃밭 옆에는 커다란 찜축출기가 설치돼 있고 그 주위로 컨베이어 벨트가 회전하고 있다. 이는 텃밭에서 자란 당근을 찜공법으로 유효성분을 추출해 제품화하는 공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실제 캐롯카로틴의 3종 제품(릴리프 크림, 카밍 워터 패드, 핸드메이드 솝)이 놓여 있다. 당근씨의 베타카로틴 성분을 함유해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캐롯카로틴은 제주에서 자란 무농약 당근으로 만들어지는데,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및 한국 최초 비건 인증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이렇게 1층은 스킨푸드의 푸드 코스메틱이라는 철학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특히 스킨푸드가 선택한 푸드들을 모션 그래픽화해 미디어 아트로 꾸민 ‘푸드 도큐멘터리(food documentary)’는 스킨푸드의 브랜드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바다, 숲, 베리, 당근 등 건강한 자연을 광활하게 보여주는 미디어 룸도 있다. 이곳은 한 명씩 입장할 수 있는 데다 웅장한 화면과 사운드로 몰입감을 높여 인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스킨푸드 대표 제품들, 어떻게 만들어졌나

2층은 ‘푸드 팬트리(food pantry)’로 스킨푸드의 전 제품이 스킨케어, 색조, 바디, 마스크팩 등 카테고리별로 진열돼 있으며 모든 제품은 시연 가능하다. 특히 스킨푸드의 대표 상품인 블랙슈가 워시오프 마스크팩을 비롯한 마스크팩 코너에는 이용 편의성을 위해 2개의 세면대도 설치했다.

이곳은 스킨푸드만의 제작 노하우를 공개하는 레시피 아카이브이기도 하다. 때문에 미나리 통착즙 추출법 레시피, 당근찜 추출법 레시피 등 주요 제품에 레시피 설명 POP를 구성했다. 또한 수분포도는 수분 및 탄력, 블랙슈가는 각질 제거, 흑석류는 볼륨감, 미나리는 여드름 및 진정, 토마토는 브라이트닝, 아보카도는 보습 등 주 원료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각 제품라인별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식품 저장실을 의미하는 팬트리라는 이름처럼 내부 벽면을 거칠게 마감하는 등 낡은 느낌을 강조했다. 또한 벽돌을 활용해 진열하는가 하면, 매대 군데군데 화장품 공병에 식물을 심어 화분처럼 연출한 모습도 눈에 띈다. 스킨푸드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잘 버렸습니다’ 캠페인을 통해 제품 상자, 용기, 뚜껑 등의 재질과 그에 따른 분리배출법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액상 제형에 많이 사용되는 스포이드 캡은 복합소재이므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화장품 용기는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스킨푸드는 하루아침에 플라스틱 제로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분리배출법부터 실천하기 위해 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제품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상자로 포장하고, 배출시 테이프제거 작업이 필요 없는 날개 고정 상자와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캐롯카로틴 라인은 소잉 잉크 포장 상자를 도입했다.

한편, 식물 추출물을 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스킨푸드는 캐롯 카로틴 외에도 비건 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지난 6월 출시한 비건 세안제 가든빈젠틀 클렌저 3종과 유자씨잡티맑음 에센스, 라벤더 푸드 마스크를 별도 매대에 모음 진열한 후 비건존을 구성했다. 이들 제품은 한국비건인증원,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프랑스의 이브비건 등 비건 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뷰티를 위한 재충전 힐링 공간

마지막 공간 루트탑은 고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스킨푸드의 브랜드 철학이 담긴 다양한 공간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스킨푸드를 직접 체험하고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