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미봉책에 제도 개선 요구


정부가 감기약과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 특수장소에서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27일 과천청사에서 합동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구매 수요가 높은 가정상비약의 휴일, 심야시간대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평가 및 향후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은 현행법 안에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우선 구매 수요가 높은 소화제와 해열제, 감기약 등을 약국 외 특수장소에서 살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단, 심야나 휴일 등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한정하고, 약사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오•남용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약사회 등 이익단체와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품목은 제한적 특수장소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약사법의 예외조항을 확대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 법 조항을 확대 해석해 심야나 주말에 한해 편의점 등에서 감기약, 해열제 등 가정상비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한적 허용’과 ‘약사 관리’라는 단서 조항이 있어 시민단체 등에서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여전히 특정 이익단체의 기존 입장만을 고려한 정책으로,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피해나가기 위한 또 하나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의약품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약국 외 장소’에 대해 ‘약사가 관리할 수 있는 곳으로, 24시간 운영해 심야와 공휴일에도 이용이 가능한 장소’를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찰서•소방서 같은 공공기관, 편의점 등이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까지 판매채널을 확대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며, 구체적인 유통채널과 시행시기에 대해서도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일반 의약품의 엄격한 판매관리 측면에 있어 적합한 운영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일반 의약품 소매업 판매 확대는 판매채널간 경쟁을 통해 물가인하 및 의료비 절감에 상당한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슈퍼마켓도 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사)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지난달 이러한 내용으로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 건의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일반 의약품 판매 확대의 핵심이 소매채널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존중하고 편의를 증진하는 데 있음을 감안하면 이를 반영한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해 보인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