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에서 탄생한
대박 PB 라면

GS25에는 신라면보다 많이 팔리는 PB 라면이 있다. 지난해 말에 출시된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GS25에서 PB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개발한 박성호 과장은 평소 전국 맛집 탐방을 다니며 라면과의 접목을 모색하는 식도락가다.

요즘 라면 마니아들의 블로그나 SNS에서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GS25의 PB제품으로, 지난해 12월 24일 출시 이래 광고 없이도 8개월 만에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한 무서운 신예다. 현재 GS25에서는 신라면을 누르고, 용기면 부문과 전체 라면(용기면+봉지면)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누적 판매량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제품 사이클이 짧은 편의점에서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GS25에는 이미 공화춘이나 틈새라면 같은 슈퍼 PB제품이 NB제품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GS25의 MD들 사이에서는 공화춘을 뛰어넘는 PB제품이 또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이 공화춘의 기록은 물론, 라면계의 독보적 1위인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부서 이동하자마자 대박 MD로 부상
점심시간이 막 지난 후라 그런지 서울 역삼동의 한 GS25 매장에는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이 모두 팔려 품절된 상태였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을 개발한 박성호 과장은 아직 얼떨떨하다. 지난 10여 년간 영업부서에 있다가 MD 부문으로 이동한 지 18개월밖에 안 됐는데, 오자마자 대박상품을 터트린 것이다.
“흔히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곤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김치 라면은 있는데 김치찌개 라면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서울 잠실의 유명한 김치찌개 맛집인 ‘오모리찌개’와 제휴, 김치 및 양념, 찌개 국물을 직접 받아서 만들었다. 그동안 GS25에서는 맛집과 제휴한 제품들을 여럿 출시해왔지만 맛집에서 원물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맛집의 맛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에서 먹는 맛을 제품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인에게는 고향의 맛과 다름없는 오모리 김치찌개가 아닌가. 문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맛이지만 조금씩 선호하는 김치찌개의 맛은 다르다는 점이다. 박성호 과장은 전국의 김치찌개 맛집을 돌아다니며 가장 대중적인 맛의 교집합을 찾았다.
“제가 목표한 김치찌개의 맛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입니다. 어릴 적 제가 아팠을 때 어머니께서 끓여주셨던 맛이죠.”
정확하게 그 맛이 무엇인지 표현해달라는 주문에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는 박성호 과장은 연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맛’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는 주변으로부터 ‘박장금’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미각의 소유자다. 한 번 맛을 보면 어떤 양념이 들어 있는지 단번에 알아맞힐 뿐 아니라, 일반인보다 입맛이 까다로워...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