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최적의 밥맛에 도전하는 ‘밥 소믈리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와인 소믈리에를 비롯해 최근 채소 소믈리에, 막걸리 소믈리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믈리에가 양산되고 있다. 그 중 밥 소믈리에라는 이색 명함을 갖고 있는 박정운 부장은 편의점 도시락의 최적의 밥맛을 연구 중인 밥 전문가다.





지난 4월 출시된 편의점 CU의 ‘국민밥상 7찬·9찬’ 도시락은 시금치나물, 동그랑땡 등 다소 심심한 듯 보이지만 어머니 손맛과 정성이 담긴 집밥 같은 도시락이다. 1인 가구 증가로 도시락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대체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도시락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소박하지만 든든한 집밥이다. 집밥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구수한 쌀밥.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는 BGF푸드의 박정운 부장은 “밥만 맛있으면 김치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며 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밥을 연구하는 밥 소믈리에
“맛있는 밥은 눈으로 봤을 때 하얗고 윤기가 돌면서 밥알 모양이 일정하고, 특유의 구수한 향이 납니다. 그리고 씹었을 때 밥알이 터지면서 겉은 고슬고슬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있으며 목 넘김이 좋아야 합니다.”
매일 무심코 먹던 밥 한 술에도 이렇게 심오한 맛의 세계가 있을 줄이야. 와인 소믈리에가 눈으로, 코로, 혀로 와인 한 모금을 음미하듯, 박정운 과장은 밥 소믈리에답게 밥맛에 대한 지론을 진지하게 펼쳤다.
밥 소믈리에는 일본취반협회에서 주관하는 국제 자격증으로, 다양한 쌀의 품종과 밥맛을 평가하고, 쌀밥의 영양과 맛을 연구하는 일을 한다. CU의 간편식 MD였던 박정운 부장은 지난 2008년 CU에 삼각김밥, 샌드위치, 도시락을 생산, 공급하는 BGF푸드가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유통업체 MD에서 생산현장의 품질관리자로 변신한 박정운 부장은 우연히 밥 소믈리에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담당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2013년 일본에 건너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나뉘는데, 실기시험은 4가지 밥의 외관, 맛, 점성 등을 기준이 되는 밥과 비교해 식미평가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매일 업무가 끝난 후 3~4시간씩 일본어로 된 교재를 번역해 공부하고, 일본에서 여러 품종의 쌀을 공수해 직접 지어 먹으며 밥맛을 분석했습니다. 매일 맨밥을 먹으니 탄수화물 중독에 걸릴 정도였죠.”
현재 국내에는 40여 명의 밥 소믈리에가 활동 중인데, 대부분 급식이나 식품업체의 연구원들이다. 이에 반해 박정운 부장은 생산현장에서 매일 쌀을 선별하고 밥맛을 보는 것이 일이다. 그는 “하루 일과 중 제대로 제품이 생산됐는지 김밥이나 도시락을 맛보는 것(관능 테스트)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실기시험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집밥보다 더 신선한 편의점 도시락 밥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후, 박정운 부장은 매일 2회씩 실시하고 있는 관능 테스트의 점검 항목을 더욱 체계화시키고, 전국 5곳의 도시락 공장...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