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 실체보다
디자인 투자 가치를 따져라

중소기업이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기업과 승부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디자인을 통한 제값 받기’다. ROI 입증이 힘든 디자인 영역이 그저 돈 많은 기업의 사치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기업은 이제 생존할 수 없으며, 조직 내 어느 영역보다 투자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대형마트 생활용품 및 소형가전 매대에 가면 많은 상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대부분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한눈에 특정 상품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 구별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력이 있는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 제품인지, 아니면 중소기업 제품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국산 제품, 그 가운데서도 브랜드를 내세운 기업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제품 품질로 보면 중국산이나 중소기업 제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산보다 유럽이나 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지 서구 문화를 동경해서만은 아니다. 아프리카나 아마존 사람들에게 같은 매대에서 물건을 선택하라고 해도 서구의 세련된 디자인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중국산이나 중소기업 제품이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하다. 디자인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제품을 모방, 흉내 내거나 한두 가지 아이디어를 넣은 유사 제품 개발은 가능하다. 그러나 매대에서 최종 소비자 선택을 받도록 느낌을 부여하는 디자인 투자에는 개념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안타깝게 투자를 못하는 것이다.

디자인 무시하면 동남아 기업에도 밀린다
차별화된 제품 디자인을 위해서는 우선 자사만의 디자인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제품 모양부터 색상, 패키지까지 일관되면서 타사 제품과 조금이라도 다른 면을 갖춰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시제품 실물모형(mock-up) 제작부터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제품 공정을 고려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이 히트한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경영주들은 어쩔 수 없이 고만고만한 상품을 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젊고 감각 있는 신예 사업가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디자인 경영을 선택하고, 다른 비용은 줄여도 디자인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중소기업 제품은 후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보다 더 감각 있고 세련된 제품들을 소개한다.
고만고만한 상품과 저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에게는 조만간 중국, 베트남은 물론 캄보디아나 미얀마처럼 더 싼 가격을 무기로 소구하는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중국과 동남아시아 기업들이 디자인의 힘에 눈을 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눈을 뜨기 전에 멀리 도망가려면 디자인에 대...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