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것도 몰라?

오늘은 아침부터 입사 5년차 이 대리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에게 분명히 본부장에게 보고해야 할 서류 작성과 관련된 일을 자세히 지시했다. ‘이해는 했는지’, ‘질문은 없는지’ 묻기까지 했다. 이 대리는 분명히 다 알아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지시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해놓았다.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조차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 대리의 아둔함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도대체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기나 한건지. 한 가지 일이라도 야무지게 하겠다는 의욕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이 대리로 인해 화가 뻗친 하루였다.
물론 이 대리도 일을 잘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당신만큼 그가 똑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은 자기가 이해하는 이치를 다른 사람은 이해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작업 방식을 가르칠 때 평균적으로 20퍼센트만 단번에 제대로 이해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내놓는다. 따라서 회사 내에 ‘나만큼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80%의 사람들은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평범한 80%의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면 좋을까. 당신이 만약 20% 안에 드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당신이 가진 높은 지능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교육학자들은 사람마다 정보 처리 방식이 다르다고 말한다. 새로운 내용을 습득할 때 어떤 이는 청각으로, 어떤 이는 시각으로, 어떤 이는 연습으로 익힌다. 따라서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제공하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보를 말로 전하고, 화면으로 보여주고, 인쇄물로 나눠주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당신이 말로만 업무를 지시했다면 이제부터 이 같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길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회사 내에서는 우선, 똑똑한 티를 내지 말고 먼저 그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용어를 남발하거나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면 반감만 수 있다. 상대방이 내 말에 귀 기울이게 하려면 제일 먼저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그들의 말’을 써야 한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라. 질문하기 전에는 그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반복하라. 같은 말을 몇 번씩 해주는 것이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 사람은 반복을 통해 배운다.
시범을 보여라. 말로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 둘을 같이 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점검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일주일만 지나면 배운 것의 반 정도는 잊어버린다. 나눠준 인쇄물 역시 없어졌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시킨 대로 하게 하려면 며칠 후에 모든 내용을 복습시킬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참고 자료 :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랜덤하우스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