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쇼핑객, ‘미술관 같은 쇼핑몰’에 빠지다

홍콩 쇼핑몰이 문화 마케팅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쇼핑몰에서 선보이는 수준 높은 문화 예술활동에 반한 홍콩 현지 고객과 해외 관광객들은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치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홍콩 쇼핑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하버시티는 지난 2007년 쇼핑몰 안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하버 갤러리(Gallery by the Harbour)’를 개관했다. 1천㎡ 규모로 문을 연 이곳은 홍콩 최초의 ‘쇼핑몰 내 미술관’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 하버시티 사장인 이려의 총경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하버 갤러리는 일반 미술관과 같이 전시품을 매매하는 형태로 운영되지만 결코 돈을 벌기 위해 설립한 곳이 아니다.”라며 “갤러리 수입만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기 힘들어도 고객들이 찾는 한 계속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시티를 비롯한 대다수 홍콩 쇼핑몰이 문화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고객이 쇼핑몰을 방문하는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홍콩을 대표하는 소매업태로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으로 쇼핑몰의 품격을 올리고, 기업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다.

피카소 작품도 쇼핑몰에 전시
홍콩 쇼핑몰에서는 365일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 지난해 월드컵 기간 동안 쇼핑몰들은 일제히 광장 한복판에 대형 스크린과 의자를 갖추고 쇼핑객을 불러 모았다.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경기는 유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홍콩에서 이 이벤트는 큰 환영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이벤트에는 일반 시민부터 현지 연예인, 국내외 유명 인사까지 다채롭게 초청된다. 홍콩에서 새 음반이나 영화를 홍보하는 가수와 배우들이 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도 쇼핑몰 무대이며, 홍콩에 진출한 한류 연예인들도 쇼핑몰에서 주로 팬 미팅을 갖는다.
홍콩 쇼핑몰들이 문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쇼핑몰 입지가 교통 집적지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 쇼핑몰의 60% 이상은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회사, 학교로 오가는 길에 쇼핑몰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쇼핑몰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공연이나 문화 이벤트 등을 상시 개최하는 것이다.
홍콩 고객들도 쇼핑몰 방문에 앞서 그 쇼핑몰의 이벤트 기획 능력을 눈여겨본다. 실제 홍콩의 쇼핑몰을 평가하는 유명 웹사이트에서는 이벤트 기획이 평가 항목으로 반드시 등장한다. 이 사이트에서 홍콩 네티즌들은 쿤통 지역의 쇼핑몰인 ‘APM’에 대해 영업시간 연장과 함께 미니 콘서트, 연예인 사인회, 마술쇼 같은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이벤트 개최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고객 평가제 등장 이후 홍콩 쇼핑몰들의 문화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급 미술품을 갖춘 갤러리를 유치하는 등 과거와 달리 순수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는 쇼핑몰이 늘고 있다. 이는 연예인을 동원한 대중문화 공연보다 순수 예술행사를 문화 마케팅으로 기획하면 쇼핑몰의 품격...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