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디자인으로 상품 가치를 더하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스와치 시계와 뱅앤울룹슨 오디오는 소모적인 가격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디자인
값을 따로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을 개발한 디자인 경영의 고수들은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개씩 갖고 있는 시계. 전 세계 1등 시계 기업은
바로 스와치그룹이다. 스와치그룹은 오메가, 브레게, 블랑팡, 자끄드로즈 같은 고가 브랜드부터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인
론진과 라도, 그리고 중저가 브랜드인 티쏘, 미도, 피에르발망까지 총 14개의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전 세계 시계
시장의 54%를 점유하고 있는 스와치그룹도 한때 기업의 존망을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스위스 기업들은 수백 년 동안 장인정신으로 만든 정교한 시계로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1970년대 일본과 홍콩 기업들이 수은전지를 활용한 저가 시계를 내놓으면서 휘청거리게 된다. 특히 고풍스럽고 고전적인 디자인의 시계에 식상해진 젊은층이 심플하고 역동적인 느낌의 일본 시계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가격 또한 시계 하나에 수백∼수천 달러씩 하는 스위스 제품은 시장 확대에 한계를 드러낸 반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일본 시계는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결국, 일본산 시계는 선진국뿐 아니라 아시아 및 남미 등 소득수준이 향상된 신흥국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수백 년을
이어온 자부심이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하자 스위스 시계업계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디자인 혁신이 있었다.

스와치그룹 | 패션 입고, 시계 제왕 재등극
유능한 경영
컨설턴트 출신으로 스와치그룹을 맡았던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은 많은 시계 브랜드들을 인수·합병하고, 구조조정을
하면서 지금 스와치그룹의 틀을 잡았다. 특히 그는 세 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는데 첫째는 ‘저가 시장을
공략할 것’, 둘째는 ‘제조 공정을 최대한 단순·자동화해 원가 경쟁력을 가질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한 점은 ‘시계 디자인을 혁신하고 패션 개념을 도입할 것’이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하이에크 회장은 “이제 좋은 시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 잘 팔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들고, 실제로 잘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홍콩 시계가 조잡한 저가 상품이라고
폄하하던 스위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하이에크 회장은
첫째와 둘째 전략 실천을 위해 공정을 단순화하고 평균 90개가 넘던 시계 부품을 50여 개로 줄임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일본과 홍콩의 저가 시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실제로 1982년에는 완벽한 방수·방충 기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40달러에 맞춘 상품을 선보였다. 물론 메이드 인 스위스 시계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전략으로 디자인 혁신을 채택한 것이다. 스위스
시계가 디자인 혁신을 달성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저가 시장에서...기사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