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명작을 탄생시킨 명품 ‘연필’

진한 녹색에 금박 글씨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는 파버 카스텔(Faber-Castell) 연필. 연필을 손에 쥐면 이것만으로도 뭔가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귄터 그라스와 빈센트 반 고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옆에도 파버 카스텔이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쓰는 작가들
잡지 기자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글 쓰는 도구는 원고지와 펜이었다. 200자 원고지에 만년필이나 플러스 펜으로 정성들여 또박또박 원고를 썼다. 원고가 잘 써지지 않을 때면 머리를 싸매면서 애먼 원고지만 북북 찢어대곤 했다. 요즘은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글을 쓰다 보니 그럴 일이 없지만 좋은 펜을 만날 때면 가끔 옛날 손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직도 펜으로 직접 원고를 쓰는 작가들이 있고, 특히 그 중에서는 꼭 연필만을 고집하는 작가들이 있다. 연필 하면 떠오르는 두 명의 작가가 있는데 바로 김훈과 귄터 그라스다.
김훈은 ‘노란색’ 몸통이 트레이드마크인 독일제 스테들러(STEADLER)를 주로 쓴다고 한다. 그는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며 “이 느낌이 없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글을 보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쓴 글의 냄새가 난다. 손가락 끝의 미세한 감각이 아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서 쓴 팔뚝의 힘줄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언젠가 신문 인터뷰에서 그의 작업실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작은 접시에 수북이 쌓여 있던 몽당연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HB 연필 한 자루로 56㎞의 선을 그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연필심은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을까?
연필을 쓰는 작가로 유명한 또 한 사람이 바로 양철북의 저자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다. 그가 즐겨 썼던 연필이 바로 이번호에 소개할 파버 카스텔이다.

창립 252주년, 연필의 역사를 만든 회사
파버 카스텔 역사는 곧 연필의 역사다. 연필을 처음 발명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연필의 모습 대부분은 파버 카스텔에서 나왔다. 책상 위에서 구르지 않도록 육각형 형태의 연필을 처음 만들었고 연필심의 짙기와 단단함에 따라 8H부터 F, 그리고 HB를 거쳐 8B까지 18단계의 경도 체계를 만들어낸 것도 바로 파버 카스텔이다.
파버 카스텔은 1761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가구를 만들던 카스파르 파버와 그의 아들 안톤 빌헬름 파버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6대째에 이르러 아들들이 모두 죽고 대가 끊기면서 딸 오틸리에 파버에 의해 가업이 승계됐다. 오틸리에가 알렉산더 카스텔과 결혼하면서 회사 이름도 파버 카스텔로 바뀌었다.
파버 카스텔은 올해로 설립 252주년을 맞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 중 하나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본다면 조선시대 후기인 영조 시절이다. 양반들이 붓글씨를 쓰던 시대에서부터 최첨단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한 ...기사전문보기